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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김연아 효과! 실력+외모가 제품과 판박이 본문
[불황은 없다] 프로스펙스 ‘김연아 워킹화’, ‘실력+외모’ 제품과 모델이 ‘판박이’
봄이 스멀스멀 다가오면서 여성들이 부츠와 양털 장식 구두를 벗기 시작했다. 예년 같으면 봄에 어울릴법한 슈즈로 플랫 슈즈만한 것이 없었지만 올해는 형형색색의 워킹화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나이키 루나 시리즈와 뉴발란스 클래식 러닝화가 여전히 인기를 얻고 있는 가운데 출시 한 달도 안 된 프로스펙스 W 워킹화가 강력한 경쟁자로 떠올랐다. 이른바 ‘연아 라인’으로 불리는 프로스펙스 워킹화는 하루 평균 3000족이 팔리고 있고, 일부 사이즈는 물량이 부족해 쉽게 구하기도 어려운 정도다.
프로스펙스 W 연아 라인
지난 2월 말 프로스펙스는 W 워킹화의 새로운 광고 모델로 김연아가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W 워킹화와 김연아는 히스토리에서 비슷한 점이 있다. 프로스펙스는 2009년 10월 W 워킹화를 처음 출시했다. 1980년대 나이키와 쌍벽을 이룰 정도로 인기 절정이었던 프로스펙스는 2000년대 들어 내리막길을 걸었다.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의 제품력이나 마케팅을 따라가지 못했고 국내 소비자들도 단순히 국산품이라거나 저가라고 해서 사 주는 시대는 지났던 것이다.
프로스펙스의 부활을 이끈 것은 LS네트웍스다. 브랜드를 인수한 LS네트웍스는 그간 존재하지 않았던 ‘워킹화’라는 새로운 틈새 상품을 만들었다. 2008년 제주 올레길이 만들어지면서 ‘걷기’ 열풍이 일어나기 시작하던 시기와 맞아떨어졌다. 당시 유행하던 웰빙 열풍과도 잘 맞았다. 워킹은 40~50대 여성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은 많았지만 20~30대처럼 러닝을 하거나 중년 남성들처럼 높은 산을 등산할 체력이 모자랐던 중년 여성들이 워킹에 눈을 뜬 것이다. 물론 남성들과 2030 여성들도 워킹 열풍에 합류하기 시작했다.
프로스펙스는 40~50대 여성 위주의 워킹화 시장 저변을
10~20대로 확대하기 위해 김연아 워킹화를 출시해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기능성’ 바탕 위에 ‘패션’ 추구
워킹화가 인기를 끌자 2010년 국내 브랜드인 르까프·리복·아식스 같은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가 가세하면서 워킹화는 과열 양상을 띠기 시작했다. 각 업체마다 기능성을 강조하면서 과장 광고 논란에까지 이르기도 했다. 흥미로운 것은 이런 워킹화 시장이 한국에만 있다는 점이다. 나이키와 아디다스는 별도의 워킹화 카테고리 제품을 내놓지 않고 있다.
프로스펙스는 4050 여성에 집중된 소비자층을 2030대로 내려 잡기 위해 2011년 3월 인기 배우 김혜수를 모델로 기용했다. 성형수술·다이어트 논란이 없는 건강 미인 이미지를 갖춘 김혜수는 브랜드의 정체성과도 잘 맞아떨어졌다. 워킹화로 확실한 브랜드 인지도를 굳힌 프로스펙스는 2011년 4월 다니엘 헤니를 모델로 러닝화 R 라인을 내놓기도 했다. 김혜수와 다니엘 헤니의 기용은 시장 확대를 위한 뉴 프로스펙스 2기 전략인 셈이다.
프로스펙스 W 수현 라인
올해 프로스펙스의 전략은 1020을 공략하는 것이다. 최근 10~20대를 중심으로 짙은 바탕과 원색의 포인트를 대비한 나이키 루나 시리즈와 같은 경량 러닝화가 새로운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 잡으면서 연아 라인이 탄생한 것이다. 러닝화라고 하면 과거에는 화이트 바탕에 별색의 포인트가 들어가는 색상 구성에 특수 소재를 쿠션으로 넣는 등의 최첨단 과학의 결정체로 인식됐지만 연아 라인은 기능성을 강조하기보다 패션성을 부각시키고 솔(바닥)을 가볍게 하면서 동시에 가격을 10만 원 이하로 떨어뜨린 것이 특징이다.
프로스펙스 W 워킹화가 나이키 루나 등의 글로벌 제품과 경쟁할 수 있는 것은 무엇보다 그간 ‘기능성’이라는 점에서 고객들의 인정을 받았던 점이 크다. 패션 워킹화라고 해도 워킹화는 워킹화다. 기능성을 인정받은 뒤 패션을 가미했기 때문에 프로스펙스를 선택하는 데 주저함이 없어진 것이다.
이 점은 김연아의 내력과도 비슷하다. 김연아는 스포츠 스타일 뿐만 아니라 10~20대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떠오르고 있다. 여기에는 무엇보다 철저한 자기 관리와 노력으로 원하는 것(올림픽 금메달)을 이뤘다는 점이 중요하다. 일반적인 아이돌 스타는 단순히 ‘예뻐지고 싶다’는 욕망을 대변하지만 김연아는 ‘꿈을 이뤄 실력을 인정받고 싶다’는 욕구를 대변하기 때문이다.
연예인처럼 예뻐진다는 것은 일부만의 바람이지만 인정받고 싶다는 것은 누구나 바라는 것이다. 이런 점은 김연아가 에어컨을 광고할 때보다 더 잘 어울린다. 에어컨의 주 소비자는 40~50대지만 연아 라인의 주 소비자는 10~20대이기 때문이다.
한국경제매거진 우종국 기자 xyz@hankyung.com | 2012-04-10 18:08 | http://magazine.hankyung.com